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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이면] 수출은 웃는데 청년은 운다…'반도체 착시'에 가려진 고용

부산항 신선대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생산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고용시장에는 온기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 성장 지표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청년층과 제조업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면서다. 수출 회복세가 고용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반도체 착시'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은 53.4% 늘었지만 고용은 '뚝'…청년·제조업 감소 커

21일 관세청이 내놓은 5월 월간 수출입 현황 확정치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4% 증가한 878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은 20.7% 증가한 608억 달러였고 무역수지는 270억 달러 흑자를 냈다. 수출은 12개월 연속 증가한 가운데 무역수지는 16개월 연속 흑자 흐름이다. 

수출 증가를 이끈 것은 단연 반도체였다.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7.7% 급증했다. 석유제품과 선박, 무선통신기기 등도 증가세를 보였지만 반도체가 전체 수출 회복세를 주도했다. AI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살아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수출 지표와 달리 고용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912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명 감소했다. 취업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24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3.3%로 전년 동월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청년층 고용 충격이 두드러졌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5만5000명 감소했다. 고용률은 1년 전보다 2.4%포인트 떨어진 43.8%로 나타났다. 산업별 비중이 큰 제조업 취업자는 14만명 감소하면서 고용시장 전반적인 부진도 심화되는 모양새다. 

◆자본집약적 반도체 '나 홀로 성장'에 고용 없는 성장

수출은 호조인데 고용이 부진한 배경에는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특성이 자리하고 있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을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지만 대표적인 자본집약 산업이다. 대규모 설비투자와 자동화 공정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구조인 만큼 생산과 수출이 늘어도 고용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통상 반도체의 취업유발계수는 10억원당 2명 수준이다. 취업유발계수는 최종수요 10억원이 발생했을 때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취업자다. 수치가 낮을수록 성장에 비해 고용에 미치는 파급은 작다는 것을 뜻한다. 반도체의 취업유발계수는 전 산업 평균뿐만 아니라 제조업 등에 비해서도 낮다. 데이터처는 전체 제조업 취업자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가량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도 고용과 성장의 괴리를 키우고 있다. 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제조업 생산능력지수(2020=100)는 194.5로 1년 전보다 11.3% 증가했다. 반도체 생산능력이 5년여 만에 90% 이상 커진 것이다.

반면 비반도체 제조업의 생산 여력은 오히려 약화하고 있다. 전체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104.8로 증가세가 미미한 상황이다. 제조업 중 고용 규모가 가장 큰 기타 기계·장비 제조업은 89.4로 오히려 감소 추세다. 자동차·트레일러 제조업은 111.4, 선박·보트 건조업은 105.1 등으로 반도체와 격차가 크다. 반도체만 나 홀로 성장세를 보인 채 고용 파급력이 큰 전통 제조업은 정체하거나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산업 양극화는 고용 없는 성장 우려를 키운다. 정부도 산업 전환 과정에서 고용 충격이 커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전환과 친환경 전환이 본격화할수록 산업별 인력 수요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년층 취업이 하락세를 나타내는 것도 위기감을 키우는 부분이다.

정부는 청년뉴딜 추진 방안을 바탕으로 청년층 취업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청년 10만명에게 직업훈련과 일경험, 사회·일터 재진입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민간기업이 직접 설계·운영하는 'K-뉴딜 아카데미'를 1만명 규모로 신설하고 AI·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금융·콘텐츠 등 청년 선호 분야 직무훈련을 확대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9일 비상경제본부 회의에서 "제조·건설·농림 등 부진 업종과 청년 등 취약 부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청년일자리 회복 방안'을 비롯한 부문별 대응 방안을 순차적으로 마련해 발표하겠다"며 "기존에 발표한 청년뉴딜 추진 방안의 과제들은 신속히 집행하고 수요가 충분하고 성과가 높은 사업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