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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韓·中·대만 돌고 일본은 '패싱'… 닛케이 "AI혁명 낙오 우려"

  • 韓 SK와 AI팩토리 추진, 대만 TSMC·폭스콘과 협력 강화


  • 日 소재·장비 강점에도 직접 파트너 제한적… "고객으로 남을 수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 '형님 저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미국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최근 중국과 대만, 한국을 잇따라 방문하면서도 일본을 찾지 않은 것을 두고 일본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장비 분야에서는 여전히 강점을 갖고 있지만, AI 혁명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핵심 협력망에서는 한국과 대만에 밀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5~6월 중국, 대만, 한국을 순방하는 가운데 일본은 그냥 지나쳤다"며 "이는 반도체 산업에서 일본의 경쟁력 약화뿐 아니라 AI 혁명에서 일본이 뒤처질 수 있다는 위험을 시사한다"고 14일 보도했다.

황 CEO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대만과 한국을 잇따라 찾았다. 그는 대만에서 "대만은 AI 혁명의 중심"이라고 말했고, 한국에서는 "한국의 파트너들에게 감사를 전하러 왔다"고 밝혔다. 대만에서는 TSMC와 폭스콘 등 주요 기업 경영진을 만났고, 한국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주요 인사들과 회동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녹화와 프로야구 시구 일정까지 소화하며 현지 여론의 관심도 끌었다.

닛케이는 황 CEO가 방문한 국가·지역이 모두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팹리스 기업인 엔비디아는 첨단 반도체 생산을 대만 TSMC에 크게 의존한다. 또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결합해야 충분한 성능을 낼 수 있다.

엔비디아는 한국에서 SK그룹과 2027년 차세대 데이터센터인 'AI 팩토리'를 가동하기로 했다. GPU와 HBM을 결합해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도 연산 효율을 높이는 사업 모델이다. SK는 이 AI 팩토리를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도 판매할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LG, 현대자동차, 두산 등과도 로봇을 자율 제어하는 '피지컬 AI'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반면 일본 기업과의 협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일본에는 도쿄일렉트론과 어드반테스트 같은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 신에쓰화학공업 등 웨이퍼 소재 기업이 있지만 엔비디아와 직접 거래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닛케이는 한 일본 장비 업체 간부가 엔비디아를 두고 "고객의 거래처"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일본 업체 입장에서는 엔비디아가 직접 고객이라기보다 TSMC 등 기존 고객사의 거래 상대에 가깝다는 뜻이다.

물론 엔비디아가 일본과 전혀 협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황 CEO는 지난해 일본을 방문해 후지쓰와 AI 반도체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산업용 로봇 대기업 화낙도 엔비디아와 AI를 탑재한 로봇을 개발 중이다. 다만 닛케이는 한국·대만과 비교하면 공동 개발의 폭이 좁다고 짚었다.

닛케이가 주목한 것은 단순히 황 CEO가 어느 나라를 방문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엔비디아가 대만과 한국 기업을 기존의 부품 공급자에서 AI 인프라를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로 격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황 CEO는 대만 강연에서 엔비디아를 여러 차례 "AI 인프라 기업"이라고 불렀다. GPU 공급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센터, AI PC, 로봇, 제조 현장 자동화까지 파트너와 함께 설계해 수익원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으로서는 AI 시대에도 미국 빅테크의 서비스와 시스템을 사들이는 '고객'에 머물 수 있다. 닛케이는 미국 앤스로픽과 팔란티어 등 유력 AI 기업들이 최근 일본을 잇따라 찾았지만, 일본을 AI 개발 파트너라기보다 시스템을 판매할 시장으로 보는 성격이 강하다고 짚었다.

일본 정부도 디지털 분야의 해외 의존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4월 일본의 디지털 적자가 2,035년 18조 엔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닛케이는 "일본이 AI 혁명에서도 엔비디아 같은 선도 기업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국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