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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임신?…엎드려뻗쳐"…'패륜'에 여군 유산 논란, 육군 "감찰 착수"

  • 모성보호시간 신청하자 "권력 자랑해도 되겠냐" 위압

  • 조기 출근·폭언·부당지시…'직장 내 괴롭힘' 의혹 제기

  • 軍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규정에 의거 엄정하게 조치"

[편집자주]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합니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 '발품'은 20~30대 기자들이 현장으로 들어가 사람을 만나고 목소리를 기록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경제·산업·정치·사회·부동산·문화를 가르지 않고, 삶과 맞닿은 모든 현장을 추적합니다. 문제는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고 끝까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발품'은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고,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끝까지 전하기 위해 한 번 더 확인하고 집요하게 묻겠습니다. 독자가 미처 닿지 못한 곳까지 대신 걸어가겠습니다.
 
사진재미나이Gemini
육군 수도군단사령부에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돼 육군이 감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제미나이(Gemini)]

최근 육군 53사단에서 장병 4명이 연이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군 복무 여건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수도군단에서 임신한 여군에게 규정을 위반한 조기 출근을 강요하고 폭언·욕설 등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를 입은 여군은 반복적인 하혈 끝에 결국 유산을 겪게 됐다. 해당 부대는 뒤늦게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감찰에 착수했다.
 
15일 아주경제 탐사보도팀 취재를 종합하면 육군 수도군단사령부는 최근 A 중령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이다. 감찰 사유는 부하 장교에 대한 폭언·욕설을 비롯한 '직장 내 괴롭힘' 때문으로 알려졌다.
 
A 중령은 부서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부하 장교들에게 부당한 지시와 폭언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히 진급을 앞둔 B 소령과 C 대위 등에게 부조리가 집중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중령은 "펜 한 번 휘둘러 볼까"라고 말하는 등 부서장의 평정권이 진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압박 수단으로 삼았다.
 
육군 복무규정상 출근 시간은 오전 8시 30분이다. 그러나 해당 부서에서는 규정보다 1시간 빠른 조기 출근이 사실상 이뤄졌음에도, A 중령은 임신 초기인 C 대위에게 출근 시간이 늦다며 "씨X", "너가 우리 과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냐. 나는 (너가) 쓸모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취지의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C 대위가 임신확인서를 제출하며 임신 사실을 보고했을 때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A 중령은 C 대위에게 "당직을 빼달라는 것 아니냐"며 술을 사달라고 요구했다. 또 부서원들에게도 "C 대위가 축하주를 살 것"이라며 "술을 먹자"고 말하는 등 임신 사실을 부적절하게 희화화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후 C 대위가 관련 규정에 따라 다음 날 '모성보호시간' 사용을 요청하자 A 중령은 C 대위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쥐며 "너에게 내 권력을 자랑해도 되겠냐", "엎드려뻗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C 대위는 고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죄송하다"고 말한 뒤 자리를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C 대위는 이후 약 5주간 조기 출근해 지하에서 지상까지 6층 높이의 건물 계단을 오르내리며 문서를 수발하는 업무를 맡았다. 해당 업무는 C 대위의 본래 담당 업무가 아니었음에도 A 중령이 조기 출근을 지시하기 위해 별도로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임신 중인 C 대위에게 업무상 필요성이 뚜렷하지 않고, 불필요한 신체적 부담을 주는 방식의 지시였다는 점에서 사실상 압박과 괴롭힘을 위한 목적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A 중령은 지난 5월 훈련 기간 임산부인 C 대위에게 장구류 착용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부서원 일부가 A 중령에게 "임산부의 경우 무거운 장구류 등을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류했으나, A 중령은 C 대위에게 "배도 안 나왔는데. 내가 꼭 (장구류) 착용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압한 것으로 전해졌다.
 
C 대위는 이 같은 조기 출근과 업무 부담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반복적인 하혈 증상을 겪었고, 결국 임신 10주 차 유산했다. 이에 해당 부대에서는 뒤늦게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A 중령에 대한 감찰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규정상 임신 중인 여군에 대해서는 별도의 모성보호 조치가 보장돼 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 제12조에는 임신 중인 여성 군인이 1일 2시간의 범위에서 휴식이나 병원 진료 등을 위한 모성보호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2주 이후에 있는 여성 군인이 모성보호시간 사용을 신청하면 지휘관은 이를 승인해야 한다.
 
국방부 훈령도 임신 중인 군인과 군무원에 대한 보호 조치를 명시하고 있다. '국방 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령' 제60조는 모성보호시간을 사용하는 경우 시간외근무를 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같은 훈령 제60조의2는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군인·군무원에 대해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의 야간근무와 토요일·공휴일 근무를 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A 중령이 C 대위에게 조기 출근을 강요한 것은 현행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이후 오전 7시 30분에 진행됐던 장관 주재 조찬간담회의 시간을 늦추고 조찬도 생략했다. 실무자들이 새벽부터 업무 부담을 느낄 것을 우려한 조치다. 문제는 64년 만에 문민 장관이 탄생하면서 조찬간담회 폐지 등 군 복무문화 개선 조치를 진행하고 있지만, 일선 부대에서는 여전히 규정에 어긋난 관행과 부조리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임신한 여군에게까지 법령과 국방부 지침을 위반한 부당한 업무지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국방부와 육군 차원의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임신 중인 군인에게 보장된 현행 모성보호시간 보장 등 양성평등 지원 훈령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지휘권을 직장 내 괴롭힘 수단으로 남용한 중대한 군 기강 문란"이라면서 "국방부와 육군은 향후 감찰 결과를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일선 부대의 조기 출근·폭언·부당지시 등 잘못된 관행까지 전면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군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부대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우선적으로 실시했다"며 "인지 즉시 관련자 분리 등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고 감찰조사를 면밀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객관적 사실관계와 관련 규정 위반 여부 등을 철저히 확인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법과 규정에 의거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