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공모 규모만 최대 1500억 달러…사상 최대급 상장 러시
자금 쏠림에 글로벌 투자 지형 재편…"거품" 경고 속 韓은 소비국 전락 우려
오픈AI·앤트로픽·구글 등 글로벌 생성형 인공지능(AI) '빅3'가 조달했거나 조달을 추진 중인 자금이 연말까지 10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글로벌 자본시장 유동성이 소수 AI 기업으로 통째로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가을로 예상되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상장에서 양사 합산 공모 규모가 최대 1500억 달러(약 22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앤트로픽은 지난 4월 비공개 시장에서 단일 라운드로 650억 달러(약 99조2000억원)를 조달했다.
시장에서는 두 AI 기업의 공모 규모가 최소한 이에 준하는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 시 기업가치는 양사 모두 1조 달러(약 1525조7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거론된다. 사상 첫 '1조 달러 AI 스타트업' 타이틀을 놓고 정면 대결이 펼쳐지는 셈이다.
상장 전부터 두 회사에 모인 돈도 막대하다. 오픈AI는 창사 이래 15차례 라운드를 통해 누적 1800억 달러(약 274조6300억원)를 조달했다. 지난 3월 말 마감한 시리즈G에서만 소프트뱅크, 안데르센 호로위츠(a16z) 등으로부터 1220억 달러(약 186조1400억원)를 유치했다. 미국 벤처 투자 역사상 최대 규모다. 앤트로픽의 누적 조달액도 1320억 달러(약 201조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4월 시리즈H에는 글로벌 운용사와 함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3사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역시 자체 투자와 외부 펀딩에 열중하고 있다. 설비투자(CapEx)만 1750억~1850억 달러(약 267조~282조3000억원)로 지난해 집행액(914억 달러)의 두 배다. 투자금 대부분은 구글 딥마인드의 AI 컴퓨팅 역량 확충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증설에 투입된다. 알파벳은 여기에 더해 지난 1일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를 통한 3자 배정 유상증자가 포함된 최대 800억 달러(약 122조600억원) 규모의 지분 금융 조달 계획까지 발표했다.
이를 모두 합산하면 빅3에 투입됐거나 투입될 자금은 약 6400억 달러(약 980조원) 규모다. 구글이 유증으로 조달하는 금액까지 감안하면 연내 100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올해 한국 정부 예산(약 680조원)의 1.5배에 이르는 돈이 단 3개 기업에 쏠리는 셈이다.
월가에서는 이번 동시다발 상장을 '유동성 선점 경쟁'으로 해석한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이 공모시장에서 200조원 안팎의 자금을 흡수할 경우 글로벌 투자 지형 자체가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투자은행 DA데이비드슨은 이번 동시 상장을 "자본이 소진되기 전에 먼저 상장하려는 레이스"라고 평가했다. 한정된 시중 유동성을 놓고 AI 기업 간에도 선점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거품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오픈AI는 2029년까지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가치는 3년 만에 280억 달러(약 42조7000억원)에서 1조 달러 안팎까지 30배 넘게 뛰었다. 자금 소진 속도 역시 역대 상장사 중 가장 빠를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AI 인프라 투자를 놓고 정당한 선행 투자라는 의견과 돈 먹는 하마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글로벌 자금이 AI 빅3에 집중되며 국내 AI 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리벨리온·퓨리오사AI·업스테이지 등 국내 AI 기업의 조달 규모는 글로벌 빅3의 100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 AI 기업으로 일방향 유입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 한국이 AI 기술 '소비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