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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도 자산도 다 막혔다"…韓 경제 '복합 양극화' 비상

  • 부동산 가격 상승에 자산 격차 확대

  • 청년층 내 고자산·고소득 비중 급락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리 경제가 자산과 소득 양쪽에서 동시에 불평등이 심화되는 '복합 양극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자산·소득 양극화로 청년층과 무주택자의 경제적 지위가 빠르게 약화되고 있으며, 이는 생산성과 소비를 떨어뜨려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7년 0.584에서 2025년 0.625로 높아졌다. 2012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다.

한은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산 격차를 확대한 주요 원인으로 집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급등한 주택가격이 부동산을 보유한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사이의 자산 격차를 크게 벌렸고, 부동산이 주로 고령층에 집중되면서 세대 간 자산 불평등도 구조화됐다는 것이다.

특히 고소득이면서도 자산 형성에 실패한 청년층, 이른바 'HENRY(High Earners, Not Rich Yet)' 계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 청년층(20~34세) 내 고자산·고소득 비중은 2017년 약 27% 수준에서 2025년 약 20% 수준까지 하락했다. 중상위 이상의 소득을 올리더라도 자산 상위 계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이동성이 떨어지는 등 자산 형성 사다리가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소득 격차까지 다시 벌어지고 있다. 그간 정부의 재분배 정책에 힘입어 개선 추세를 보이던 소득 지니계수가 2024년 소폭 반등했고, 정책 효과를 제외한 시장소득 기준으로는 더 큰 폭으로 악화됐다. IT 부문에서 성과급 중심으로 임금이 급등한 반면 여타 산업은 임금 상승이 제한된 'K자형' 성장이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확산은 이 같은 소득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혔다. 과거 정규직·비정규직 등 고용형태 에 따라 주로 나타나던 임금격차가 산업 간에 부각되고 있다. 또 한은 설문조사 결과 소득 분위가 낮을수록 자신의 업무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복합 양극화의 경제적 비용도 작지 않다. 한은은 120개국 국가패널 분석을 통해 자산 상위 10% 보유 비중이 1%포인트 오르면 총요소생산성이 0.16%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상위 10% 순자산 점유율은 2022년 43.0%에서 2025년 46.1%로 이미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에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자산이 생산적 부문으로 순환되지 못하는 '자산 잠김' 현상도 생산성 저하를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내수 측면에서도 악영향이 뚜렷하다. 20~30대 청년층의 주거비 지출 비중이 빠르게 늘고, 내 집 마련을 위한 저축 부담까지 커지면서 재량지출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반면 자산이 집중된 고령층은 부동산 보유로 자산 가치는 올랐지만 소득이 적어 소비를 쉽게 늘리지 못하는 구조다.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순자산·소득 모두 1분위인 가구 중 20~30대 청년층 비중이 2020년 7.9%에서 2025년 15.2%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한은은 기존의 소득 보전 중심 재분배 정책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봤다. 주식시장 등 청년·무주택 가구의 자산 형성 경로를 다양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선·방산·원전 등 비IT 핵심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생태계 활성화를 통해 성장의 과실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 IT부문은 수입재 비중이 크다 보니 성장하더라도 수입으로 빠져나가는 부분이 있어 이를 국내 생태계로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며 "조산·방산·원전 산업은 초기 고정투자 비용이 크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자금 지원이 마중물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